August.Osage.County.2013.1080p.BluRay.x264.MY-SUBS

'인생은... 매우 길다'

T.S. 엘리엇

그 말을 처음 한 것도
처음 생각한 것도 아닌데

빛은 혼자 다 보지
글로 적었으니까

이젠 그 말을 할 땐
꼭 이름을 붙여야 해

'인생은 매우 길다'
T.S. 엘리엇

징하게 맞는 소리지

바이올렛이야

내 안사람

약을 먹어

어떨 땐 엄청 많이

말하자면...

저 사람은 약, 나는 술

그것만큼은
눈감아주고 살지

그러니까...

술을 끊겠다는
다짐 대신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자포자기한 채
사는 거야

막상 그렇다고
속이 편한 건 아냐

그래서
더러운 업보를...

속죄하며
살아보려 했는데

그래 봤자 술 마시는데
훼방밖에 안 되더군

베벌리?

응

혹시...

당신...?

오, 빌어... 먹을!

경찰 왔어?

이리 좀 와볼래?

오, 안녕하세요

조나라고
전에 말한 아가씨...

아가씨란 말이지

아가씨, 아가씨

아~가씨!

우릴 도와...

오, 아가씨 쓴다고?
난 또 누굴 들이나 했네

음식에 청소하고
당신 병원도 데려가고

안녕하세요

미안해요

이렇게...?

네, 부인

정말 예쁘네

고맙습니다

인디언인가?

네, 부인

어떤 부족?

샤이엔이요

내가 예쁘니?

이런데?

- 이렇...
- 조심, 조심해!

미안, 내가 좀...

약을 먹은 게...

내...

내 근육이...

내 근육이 좀...

가서 더 자지?

당신이나 가서
개지랄 떨지그래?

그래

미안해

나 정말
다정하게 굴 거야

너무 다정하게

나 진짜... 다정해

나 진짜...

이루... 이루 말할 수 없이
징글맞게 다정하다구

평범한 가정하곤
좀 다르지

집사람은
암 진단을 받아서

털사로 내려가선

마지막 항암치료를
받아야 해

어떤 암인데요?

이런, 중요한 대목을
빠뜨릴뻔했군

구강암이야

궁금한 거 있나?

어떤 약을 드세요?

바리움, 비코딘

다르본, 다르보셋,
퍼코댄, 퍼코세트

자낙스도 가끔,
옥시콘틴도 먹고

물론 딜루아디드도,
그걸 빼놓을 순 없지

내 마지막 도피처,
책들

소박한 즐거움이지

마치 길가에서...

달래를 발견하거나
외사랑이 응답받는 거처럼

아, 여깄군

여기, T.S. 엘리엇

꼭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니
내킬 때 읽어봐

'여기 우린
천년초 주위를 맴도네'

'천년초... 천년초...'

'여기 우린
천년초 주위를 맴도네'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전화벨 못 들었어?

아빠면 꺼지라고 해

아이비 이모야
오클라호마에 사는

덴버의
애청자 여러분

'JD앤 스트레이트 샷'
입니다

아이비

무슨 일이야?

언제?

'오세이지 카운티'는 오늘도
더운 하루가 되겠군요

오클라호마 전역이
30도를 훌쩍 넘기겠습니다

다음 들으실 곡은...

- 바바라한테 뭐랬니?
- 아버지 실종됐다고

- 뭐라데?
- 온대

네 아버지 때문에
별걸 다 한다

서재엔 가봤니?

무슨 놈의 꿍꿍이인지
인디언을 고용해선

낯선 사람하고
살게 생겼다

- 이름이 뭐니?
- 조나

나 혼자선
감당이 안 된다

캐런한테 전화했어

- 그래, 뭐라 든?
- 오도록 애써본대

엄청 도움 되겠다
너처럼

그게...

누가 뭐래도...
바바라지

언니라고 별수 있대?

머릴 어쩐 거야?

스트레이트 했어

왜 그런 짓을 했어?

- 변화 좀 주려고
- 예쁘게 생긴 애가

화장은 왜 안 하는데?

- 나 화장해야 돼?
- 여자라면 다 해야지

튀는 짓 좀 하지 마

화장 안 해도 될 만큼 예쁜 여잔
엘리자베스 테일러뿐인데

아주 떡칠을 했잖니

어깨 처져, 머리 펴
화장기 없고

- 레즈비언이 따로 없네
- 엄마

조금만 꾸며도
괜찮은 놈 물 텐데

답답해서 그런다

나 남자 필요 없어

옘병...

- 몇 알 째였지?
- 안 세었는데

입이 화끈거려?

미치고 환장하겠다

혀에 불붙은 거 같아

담배 꼭 피워야 해?

담배를 꼭 피워야 하는
사람도 있다니?

무서워?

당연히 무섭지

네가 있어서
마음이 놓인다

딸 하나라도
가까이 살길 다행이지

나 젊었을 땐 가족들이
다 모여 살았어

- 매티 패 이모 오시네
- 내가 오라고 했다

뭐가 뭔지 들어보게

이모부는 어떻게
참나 몰라

대마초 엄청
피워대잖니

진짜?

피워도
엄청나게 피우지

형부가 좋아하던
우라질 놈의 책들

밖에 쌓아놓곤
불싸지르랬어

남의 책을
태우면 쓰나

여차하면
태울 수도 있지

괜히 책에다
화풀이야

만약에 덜컥
떠나기만 해봐

- 절대 가만두지...
- 내가 어딜 간다 그래?

만약에라고

딱 이틀만
기다렸다가

죄다 불살라주겠어

하긴, 주변에
태울 책도 없지

평생 책 읽는 꼴을
못 봤으니

그게 어때서?

마지막 읽은
책이 뭐야?

베벌리는 선생이니까
당연한 거고

- 난 가구업자인 걸
- 오, 얘야

네 아버지,
전에도 그랬단다

훌쩍 떠나곤
전화 한통 없었지

네 엄마한테
그 망할 인간 짐 싸서

현관 앞에
내다 놓으랬었어

- 엄만 어딨니?
- 위층에

돌아올 거야
오고 말고

맨날 그랬거든

형부가 보통
까탈스러워야지

우리 애도 그렇지

걘 까탈스러운 게 아니라
그냥 백수야

우리 애나 베벌리나
그 까탈스러운걸...

꼭 빼닮았지

까탈도
똑똑해야 부리지

우리애가
안 똑똑하단 얘기야?

그래, 그런 얘기야

후, 땀이 줄줄 나네

여긴 왜 이렇게
어둡냐?

당신도 땀나?

그럼, 아주 범벅이야

30도가 넘겠어

내 등 좀 만져봐

- 당신 등을 왜 만져?
- 땀이 줄줄 흘러

- 믿을게
- 만져봐

- 싫어!
- 자, 만져보래두

망할 여편네!

땀이 줄줄 흐르지

언제부터 이런 거니?

햇빛 가리개에
테이프를 붙여놨어

한 2년 됐지 아마

이유가 뭐래?

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안 되잖아

그게 이유 같은데요

무슨 생각이었을까?

이런 데 정착하다니

어떤 또라이가
이 푹푹 찌는 델 와선

살기로 한 거지?

이거 땜에...
인디언 등을 쳐?

집단학살도 당시엔
의로운 일 같았을걸

하긴, 뒤늦게 깨닫지

중서부는 어딜 가나...

잠깐, 중서부?

이건 대초원이야

정신적 고뇌를 안겨주는 곳,
우울증 같은

하지 마

- 처형이 에릭 클랩튼 팬인가?
- 거기서 뭐 해?

미안합니다만

맥주 한 병만 더
갖다 줄래요?

지랄한다
식당 종업원인 줄 아나!

갖다 드리죠

누가 그걸 모르나?

그럼 직접 갖다 마셔

사람이 어찌 그래

야구 보면서
맥주나 마셔대고

무슨 일이 일어났나
판단이 안 서?

그럼 동상처럼
앉아만 있을까?

그러는 당신은
위스키 마시잖아

이거 칵테일이야

- 위스키잖아, 독한 거
- 좀...

품위를 지켜봐

한대 피우고
들어갈게

- 당신이 버릇 들였지
- 생사람 잡지 마

열네 살 애를
부추겼잖아

더 성숙해 보인다고

숨이 턱턱 막히네

당신 엄마
에어컨은 켜셨을까?

잉꼬 기억 안 나?

잉꼬?

잉꼬 얘기 안 해줬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잉꼬를 사 왔는데

망할 것이 이틀 후에
죽은 거야

항의했더니

다른 잉꼬를 줬는데
하루 만에 또 죽었고

다시 세 번째 잉꼬를
받아왔는데

또 죽었대

점원이 와서
도대체가...

잉꼬 살해범이 누군지
밝혀냈대

- 누구였어?
- 더위!

너무 더워서
죽어버린 거지

- 맙소사
- 심지어 열대조류야

열대에서도 살아내는
애들이라구

엄마?

바바라?

웬일이라니!

- 어디 한번 안아보자!
- 매티 패 이모

빌, 왜 이렇게
마른 거야!

이모님

이게 또 누구라니?

우리 애기 이모할머니가
안아보자!

- 이모부님
- 왔나?

체중이 좀 줄었구만

아가씨가 다 됐구나

가슴 좀 보게나

지난번 봤을 땐
사내애 같았는데

바바라?

- 엄마, 나 여기 있어
- 바바라?

- 바바라...
- 괜찮아

괜찮아, 엄마
내가 왔잖아

토요일 아침에

인디언 애가
아침을 차려줘서

그거 먹고 나갔어
바로 이 문으로

그게 다야

그냥 떠났다고?

응

토요일 밤에 자고

일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도

아직 안 왔더라구

별일 아닌 줄 알았지

어디서
술이나 마시겠거니

집에서 마시지
왜 나가겠어?

뭐라고 했겠지

술 얘긴 꺼내지도
않았거든

- 잔소리 근처도 안 갔어
- 그럼 일요일에도...

연락이 없으셨어요?

그제야 부랴부랴...

금고로 달려갔던 게...

어마어마한 현찰에
비싼 보석도 넣어뒀거든

거기 넣어둔
다이아 반지가

7천 달러가
넘는 거였어

가만, 이해 안 되는 게

여기서 금고가
왜 나와?

네 아버지랑
합의 보길

둘 중 하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남은 한 사람이 그걸
꺼내기로 했거든

장인께서 나가실만한
사건이라도?

- 부부싸움 같은?
- 네

아니, 없었어

물론 툭하면
싸우지만

그건 아냐

엄마 꼴도 보기
싫었든가

엄청 듣기 좋은
소리구나

없는 말도 아니지

결혼생활이
그렇잖아

문제없는 부부가
있나요

그럼...

전혀 없었다?
바람 쐬고 오겠단 말도?

속을 알 수 없는
분이야

그 양반...

처음 반한 게 바로
그 미스터리한 면이었지

엄청 섹시했거든

그래

거깄던 사람 중에
제일 똑똑해서

뭐든 한마디만
흘려도

훅 갈 텐데 그냥...

오롯이 서서
엷은 미소를 띠곤

한마디도 안 하는 게...

섹시했어

평소하고
달랐던 건요?

여잘 하나 들였어

내겐 묻지도 않고
떠나기 며칠 전에 여잘 들였지

있는 게 싫어?

인디언이
내 집에 있다구

- 인디언 싫어하세요?
- 인디언한테 뭔 말을 해?

원주민이라고 해

- 법으로 정했니?
- 원주민들이 정했어

따지고 보면
내가 더 원주민이야

그 사람들이
더 오래 살았어

'인디언'이 어때서?

원하는 대로 불러줘

아예 공룡을
원주민이라고 하지 왜

인디언이라도
애플파이 솜씨는 최고네

요리사를 들였어

웃기는 게
우린 안 먹거든

먹을 거 해주면
좋잖아

그럼 좋고말고,
너도 잘 먹고

헌데 넌 곧 가선
다신 안 올 거잖아

- 마지막으로 온 게...?
- 또 시작이다

너희 둘이야 어쨌든
손녀딸은 보면서 살자

지금 보고 있잖아

네 아버지도 너 여기 뜰 때
맘 아파하셨어

그렇게 말하면
억울하지

- 제가 죄인인가요?
- 널 제일 아끼셨잖니

모르는 척은 마

난 내 부모가 자식을
공평하게 사랑했다고 봐

그렇게
순진한척하려면

성탄절 선물도
산타한테 받았다고 하렴

애를 더 낳아보면
알 거다

더 이쁜 놈이 있단 걸

매티 패는 네 할머니가 예뻐하셔서
그러려니 하며 살았지

넌 네 아버지가
예뻐했는데

가슴에 못을 박았어

그럼 내가
어쨌길 바래?

콜로라도 대학이
두 배 준다는데

- 얘기가 왜...?
- 아버지 같음 안 옮겼겠어?

네 아버진 여기
절대 안 뜬다

- 기쁘게 보내주셨어
- 말은 그렇게 했지, 암

뒤에서 욕 한 거까지
알려주게?

다들 너무
곤두서있어요

- 욕 같은 거...
- 장모님

절대 안 했어

네가 주저앉아서
실망했다고 했지

네 재능을
높이 샀거든

작가로서

엄마한테 그런 말
했을 리 없어

- 다 꾸며낸 헛소리지
- 헛소리?

헛소리?

오, 헛소리!
다 같이, '헛소리'

해보게, '헛소리'

헛소리!

약에 취했어?

- 뭐라고?
- 말 그대로 약 먹었냐구

- 근육 이완제야
- 다신 그런 거 안 할 줄 알아

- 무슨 소린지...
- 망할 놈의 약!

- 새벽 3시에 전화...
- 소리 좀 지르지 마

경찰까지 나섰잖아

이건 그거랑 달라
그땐 이유가 없었지

이젠 중독돼도 된다?
이유가 있으니?

나 중독 안됐어

됐든 안됐든
관심 없어

다시는...
나 그거 안 해

아니래두
아파서 그래

입 때문이겠지

그래, 입이 타들어가

입에 암세포가
있으니까

타들어간다구
봐

봐!

우라지게도
화끈거린다니까

헌데 남편은 사라지고
너는...

- 넌 소리만 지르고
- 누가...

소릴 질렀다고

내가 암 걸렸달 땐
코빼기도 안 비추더니

아버지가
사라졌다니까...

득달같이 달려오네

미안해

아버지 어딨게?

내 생각엔...

위스키랑
담배 한 보루랑

탐정소설
두어 권 들곤

배 몰고 나가서

좋아하는 바닷가 근처에
세워두곤

낚시하고 책 읽고
술 마시고

글도 좀 쓰고

그러다가...

저 문으로
들어오실거야

얼마 안 가서

엄마?

엄마, 보안관 왔어

- 네가 연락했니?
- 보안관 왔어

넌 왜 깼어?

가서 더 자

아이비 이모는?

가다 들러야겠어

맞다, 캐런한테도
알려야지

지금 머리빗을
때냐고!

소설을 쓰지 왜!

그 사람 올 거야

담... 담...

- 부인?
- 담...

담... 담...

담, 어...

담...

거 뭐냐
난 바닥에 있어

내가 맨 밑바닥이야

되게 흥겹지?

그치, 바바라?

저기...

그때부터야

저 때...

베벌리가 갔어?

베벌리가...

갔다고!

그러곤... 그러곤...

그러곤 네가 온 거네

바바라, 너도 와있고

베벌리... 당신도...

와있고

너도 와있고

너도 와있고
너도 와있고

너도...

쟤랑 사귀었었다

저 남자랑

어떤 남자?

보안관?

고등학교 때

졸업파티
파트너였어

설마...

파티 날, 쟤 아빠가 취해선
쟤 차를 훔쳤어

아들 차를 훔쳐선
어딘가 갔대

멕시코던가

우리 집에
울면서 오더니

파티에 갈 수가
없다길래

맥주 한 박스 사서

예배당에 숨어들어가
밤새 떠들고 키스했어

그랬는데 이젠
날 데리고...

참 얄궂지

한치 앞을 모르니
얼굴 들고 살지

잘 들어

넌 나 죽고 나면 죽어

달리 뭘 하든...

어딜 가든,
인생 말아먹든 그냥...

살아만 있어줘

부탁할게

맙소사, 캐런이잖아

- 캐런 이모 기억나니?
- 얼핏

저 남잔
'올해의 남자'인가 보네

- 괜찮아?
- 응

난 방에서
혼자 놀길 잘했어

베개를 남편 삼아
같이 저녁 먹고

겨울 휴가 어디 갈지
내가 물으면

벨리즈행 티켓을 내밀지
그리곤 키스하는 거야

베개랑
키스했다니까!

그리곤 그날
병원에 갔다 왔는데

임신이라고
하는 거야

왠지 짠하게 들리지만
순수했던 거지

그 뒤로 현실에 눈 떴더니
마음먹은 대로 안되더라

사는 게 그렇잖아

결국 그 베개가...

그 어떤 남자들 보다
좋은 남편이었어

그러면 또 자책하지
네가 못 찾는 거라고

앤드류 기억하려나
기억나?

기억나지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그이가 잘못해도

내가 고쳐주면
되는 줄 알았어

바람피우거나
욕했을 때

난 '아니,
사랑은 영원하고'

'이건 서로가
조율할 기회다'

'세상을
배우는 거다'라고

근데 거울 보다 문득
내가 병신 같더라

그래서 깨끗이
손 털었어

그러다 깨닫게 된 거야
'바로 나다'

'주인공은 나다'

'다른 건 필요 없다
나 혼자 잘 살 수 있다'

그래서 자격증 따곤
바로 뛰어들어

집 엄청 팔았어

그렇게 스티브를
만난 거고

완전 인생 핀 거지 뭐

열 살 연상이지만

생각도 깊고
엄청 자상해

인정은 또 어찌나 많은지
나한테도 참 잘하고

무엇보다
그이가 좋은 건

지금을
중시한단 거야

난 지금만 생각해

지금을 살고

내 중심도 삶도
세계도 지금이지

미래를 계획할 순 없어
절대로

그러는 순간
일이 터지거든

- 끔찍한 일이 터져...
- 아버지 익사한 거 같은?

정확히 그런 거지

순순히 받아들이는 거야
지금 이 순간을

스티브는 오늘 대형
프레젠테이션이 있었어

정부 거물급이라서

사업상 중요한
인물인지라

몇 달째 거기에
올인하고 있었거든

근데 아빠 일
듣자마자

미팅을
취소한 거 있지

우선순위가
확실하지

하이라이트가 뭐게?

하이라이트가
뭔지 알아?

그게 뭔데?

벨리즈로
신혼여행 갈 거야!

늘 이렇게 덥니?

보통은 더 더워요

상상이 안 가는구나

몇 살이니, 한... 열일곱?

열넷이요

열넷이구나

열넷...
나 열네 살 때 뭐 했게?

소 가공했는데
뭔지 알아?

좋겐 안 들려요

- 도축장 청소지
- 토 나와요

응, 할 일이 못 되지

그래도 그 덕에
고기 좀 씹었다

재밌지?

알았다

무슨 냄새야?

글쎄요

저 쓰레기통
냄새겠죠

아니, 그 냄새 말고

뭐하세요?

- 내가 생각하는 그 냄새냐?
- 모르죠, 무슨 냄새요?

대마초?
너 대마 피워?

- 나한텐 말해도 돼
- 아뇨, 아녜요!

- 꼬맹이가 별걸 다 피우네
- 아녜요!

너 오늘 땡잡았다

마침 기막힌 대마를
갖고 왔거든

샀습니다

피노 대신 꽤 좋은
캘리포니아 메를로예요

나 좀 봐라

- 나 좀 봐
- 예뻐, 엄마

나도 그땐
눈이 부셨지

다 지난 일이지만

- 지금이야 뭐
- 여전히 예뻐

위로 삼아해주는
거짓말인 거 안다

여자가 아름다운 건
젊었을 때 한때지

헌데 남잔 나이 들어도
섹시한 매력이 있어

물론 반바지 꿰입고

- 허리춤에 지갑 찬 위인들은...
- 끔찍하지

그래도 몇몇은
늙어서도

중후한
남성미를 풍겨

여자는 그냥 늙고

뚱뚱하고
쭈글쭈글해지지만

무슨 소릴 그렇게 해?
난 아직 꽤 섹시해

- 이거 왜 이러셔?
- 그래, 너 섹시해서

드럼통이
울고 가겠다 얘

너나 나나
거기서 거기야

차라리 이러는 게
낫지 싶다

입에 발린 말 안 하고

솔직하게
'여잔 늙으면 안 섹시하다'

그쯤 삭힐 수 있어
넌 안 그래?

그럼 소피아 로렌은?

레나 혼은 어떻고?

여든 먹을 때까지
섹시했다구

인정할 건 인정하고
넘어가자구

얘, 이거 좀 입어봐

미안하지만 싫어

넌 남자 꼬실줄을 몰라
한수 배워, 이런 걸 입어야...

아버지 장례 치르고
무슨...

오늘 얘기가 아니잖니
평소에...

나 남자 있어
남자 있다구

남자 필요 없다더니

필요 없어, 이미 있으니까
이제 그만할래?

- 절대 그만 못하지
- 그만 못한다 얘

지금 두 사람 표정
혼자 보기 아까울 지경이야

- 누구니?
- 있어

학교에서 만났어?

- 몇 살이야? 직업은?
- 말 안 할 거야

- 뭐라도 말해줘야지!
- 아니, 안 할래

- 사랑에 빠지셨을까?
- 나... 나도 잘...

얼굴 빨개지는 거
보게!

내려, 내려, 내려!

내린다 내려

고마워

승인 떨어질 때까진
해외계정 살려둬야죠

승인을 따내려구요?

승인 날 때까진
별짓 다 해봐야죠

규정이며 절차가
복잡한데

플로리다 정치판을
아시나 모르겠네

- 기사로 접해봐도...
- 네, 특히 이 업계가 그래요

이모부님?

우리 애 데려오려고

와인 좀 줘

그거 때문에 그렇게
서두른 거니?

무슨 프로인데
그렇게 중요해?

'오페라의 유령',
1925년작

칼라 복원판이야

멋진데

아니면 아니라고 해

아빠랑 가게 가라니까
신경질 부리고

야, 나 보라구

할아버지 장례식 시작할 때부터
안절부절하던 게

이거 때문이었니?

오페라의 망할 유령
본방사수하려고?

그렇지 뭐

말을 말아야지

오페라의 유령?

안녕, 자기야

당신 왔네

자기야!

- 오, 당신이구나
- 그래

- 옛날 요새 보여줄게
- 그래

여긴 도통
통풍이 안되더라

나중에 같이 하자

42도

미안해요, 아버지

그런 소린 할거 없다

엄마 화나셨을 텐데

- 엄마 걱정은 마
- 뭐라세요?

네 엄마야
하는 얘기 뻔하지

알람은 맞췄어요

그랬겠지

제가 이모부
잘 따랐잖아요

그만 좀 미안해해

장례식을 놓치다니!

그건...

그냥 의식이야

무의미한 절차라구

중요한 건 네가
어떤 마음이냔 거지

잠깐 서봐

머리 빗어라

이모부가
실망하셨을 거예요

이모부는 더 크고
좋은 일이 많아서

너 원망하실 시간
없었을거다

원래 그럴 사람도
아니고

야

야, 괜찮대두

그냥...

상황도 그렇고 다들...

날 어찌 생각할지...

이럴 땐 곁에
있어드려야 하는데

- 실망시켜 죄송해요
- 실망같은 거 안 했어

실망시킨 일 없다

잘 들어

네가 잘못 생각하는데
다들 널 사랑해

널 아낀다구

다만 몇몇은

나만큼 네 본모습을
못 봐서 그렇지

좋은 사람이고

아주 다정하고

잠재된 능력도
많단 걸

자, 이거 받거라

빗은 줘야지?

사랑해요, 아버지

나도 사랑한다
아들아

오페라의 유령?

당신 열네 살 때
기억 안 나?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구

부모가 이러니
뭘 배우겠어

나 들으란 소리 같은데
억울한 걸

셩격을
형성시키는 건

- 부모 역할이라구
- 나 잘하고 있어

하긴 당신 요즘
부모 노릇 한 게 없지

그건 우리가 지금
고디안 매듭을...

유식한척하긴,
14살 눈에도 그렇게 보일까!

버림받은 걸로
보겠지

그렇게 단순한 애는
아닌 거 몰라?

단순하지 않아서
오페라의 유령 타령하나

- 당신은 기특하겠지
- 바바라...

- 애는 애 다워야지
- 걔 편 드는 거 아닌데...

걔 뭐라는 거 아냐
달리 뭘 바래

아빠가 저만 아는
싸가지인데!

- 아빠 노릇 좀 하라구!
- 아빠 노릇 못한 건 뭐야!

- 허울만 아빠지
- 나 책임 기피한 적 없어!

- '회피'겠죠, 박사님
- '기피'라고도 써

꼴 보기 싫으니
그냥 기피하셔

또 그런 식으로
비꼬네

비꼬지 않으면
뻔하거든

철 좀 들어, 당신 염색해대며
오춘기 맞는 동안

콩가루 집안에서
애만 힘들어!

애를 이 싸이코 소굴로
밀어 넣은 게 누군데!

이 소굴이 내 집인 걸

정상 아닌 건 아네

이건 가족 행사라
데려온 거야

걔만 이리저리
차이겠지

당신하고 곤두선 당신 엄마
사이에서

말은 그럴싸하게
잘하지

- 줏대도 없이
- 독불장군만 할까!

딸 뻘 되는 애랑
놀아날 때 몰랐나?

독불장군 될 거란 걸

열도 살짝 받아하고

그러니 내가
집을 나왔지!

이제야 진심이
나오시네?

나머진 언제
털어놓을래?

당신은 사려 깊지만
꽉 막혔어

열정적이지만
냉정하고

착하고 재밌고
멋진 여자라 사랑하지만

재수 더럽게 없어!

나의 바이올렛에게 바친다,
'베벌리 웨스턴 들종다리'

날 위해 한 알

애들 위해 한 알

엄마표 찜 요리야

늦잠 잤다던데

어쩌다 보니 늦게 일어났어
정말 미안해

그러지 마

하늘이 무너지는 거
같았을 텐데

곁에 있어주지 못해
미안해

우리 사이에 왜 그래

규칙에 어긋나잖아

있지...

다들 눈치챘어
우리 말고 나

만나는 사람
있댔거든

누군진 말 안 했지만

혹시 몰라서

왜?

찰스?

당신이 너무 좋아

그 찜 좀 줄래?

- 내 찜 요리도 올 거야
- 당신 것도 먹을게

엄마, 밥 먹자!

오, 드디어 왔구나

어린이 테이블에
앉히고 싶은데 참는다

어디 놓을까?

리틀 찰스!
누나 약혼자, 스티브야

- 반가워요
- 얘가 리틀 찰스야

환장하겠네!

왜 그렇게 칠칠맞니!

- 아무도 안 다쳤잖아
- 미안해!

- 내가 다쳤어
- 무슨!

- 사람 사는 거 같네요
- 내 찜 어쩔 거야!

- 죄송해요, 제가...
- 그마 좀 해

치킨 먹을 사람?

진, 치킨 안 먹냐?

- 전 고기 안 먹어요
- 고기를 안 먹어?

엄마!

바바라

이거 좀 저기다...

- 놔줄래?
- 그럴게

- 잘 나왔네
- 근사해

남자들 다 윗옷을
벗어던졌네

엄연한
장례식 저녁인데

투계장이 아니라

누가 식전기도 좀
하지

바바라?

찰스 이모부가 하세요
집안의...

웃어른이시니까요

- 내가?
- 엉겁결이지만

그럽시다

주님...

바라옵건대...

이 가족을
살펴주시어

이 슬픔을
잘 넘기게 해주소서

또한...

이 선한 여인이

은총 안에서...
안에서...

살게 하소서

이건 꼭 받아야 해

일 때문에,
중요한 거라

오클라호마에서
작업 중이야

오클라호마, 응

또한 베벌리도
살펴주옵시어...

옵시어...

...옵시어 저승길
잘 가게 해주소서

주여, 감사합니다
이렇게 함께 모여

마음 전하게 해주셔서요

그의 집에서 그의...

아리따운
딸들과 함께

진심으로 감사히
우리의 유대감과

우리의 단란함과
우리의...

우리의...

유대감과...

음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여

저흰 이 음식을
나누며

각자의 건강을
챙기겠습니다

모쪼록 저희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하소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큰 힘을 느낍니다

가족이란 기쁨을요

신의 가호를
내려주시고

- 이 가족을 살펴주소서, 아멘
- 아멘

- 아멘, 죄송합니다
- 먹죠

바바라, 너
음식 나르는 탁자 필요해?

저깄는 탁자,
혹시 생각 있니?

되게 예쁜데

아니, 그건 왜?

다 없애는 중인데
혹시 갖고 싶을까 해서

뭐...

아니, 콜로라도까지
가져갈 수도 없고

아이비가
가져다줄 걸

- 나 저런 거 있는데
- 죄다 없애려고

- 진짜 예쁜데
- 다 새로 살 거야

난 아직은...

물건 정리 얘긴
이른 거 같아

좋을 대로 하렴

음식이 끝내주네요

조나가 다
만들었어요

그러라고 돈 주잖니
돈 받는 건 알지?

진...

궁금해서 그러는데

고기를
안 먹는다는 건

고기를 아예
안 먹는 거야?

네

건강상의 이유니
아니면...?

고기를 먹으면 동물의
두려움도 먹게 돼요

뭘 먹어?
두더지?

두려움!

내 귀가 이상한가...

세상에 어떻게
두려움을 먹냐?

가능해요
두려울 땐 어떻게 되죠?

몸에서 각종
화학반응이 일어나죠?

글쎄, 그런가?

그래요
아드레날린이며...

두려움을 느끼면
화학작용이 일어나요

네, 코르티솔도

- 동물도 두려움을 느끼겠죠?
- 그렇지

전에 소 가공공장에서
일했는데

무서워하는 게
느껴졌어

고기를 먹으면

동물들이 죽을 때 느낀
두려움도 먹는 거죠

그럼 난

두려움을 먹은 게...

하루 세 번씩
60년이나 됐네?

이 인간, 고기 안 들어간 건
숟가락도 안대

그렇게 먹고 커서
그런지

고기가 안 들어가면
먹은 거 같질 않더라구

파스타 만들면
꼭 이래

'입맛 다시긴 좋네
근데 고기는 어딨어?'

참, 광고에서 할머니가 그랬지
'고기는 어딨어?'

'고기는 어딨어?'

'소고기는 어딨어?'

'고기는 어딨어?'
'고기는 어딨어?!'

'고기는 어딨어?!'
'야, 고기 어쨌어?!'

엄청 재밌네

그 정도면 장례식
훌륭했지

목사님 말씀도
좋더군요

내 보기엔... 좀...

그렇게 느꼈어?

또 무슨 소릴 하려고

시며 애들 가르친 얘기가
너무 길었어

65년부터 시는
한 줄도 안 썼고

가르치는 일도
안 좋아했어

얘길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50년 넘게
술만 끼고 산 얘기며

털사 대학 동창회에서
개망신 당한 얘기도 쏙 뺐지

럼주를 한 병 다 비웠어
론 보코이 화이트 럼을

별게 다 기억나네

암튼 얘길 하러
일어났는데

옷에다 지린 거야

자리로 올때 보니
엄청 큰...

그런 얘길
왜 빼먹었을까

다신 동창회에
초대를 못 받았지

당연한 거지만

저는 시를
잘 모르지만

시가 굉장히
탁월한 거 같더군요

낭독도 참 좋았구요

- 고맙습니다
- 진짜 좋더라구요

누구시더라?

내 약혼자, 스티브야
교회에서 봤잖아

스티브 하이더브렉트요

하이더... 뭐?

하이더브렉트요

하이더... 하이...

- 독일인이군
- 독일계 아일랜드인데...

암튼 좀 이상하구나
캐런

남자친구를
아버지 장례식에 데려오고

시가 좋아도 그렇지
데이트 코스론 좀 아니잖니

남자친구 아냐
약혼자지

1월 1일에 마이애미에서
결혼할 건데

엄마가 와주면
참 좋겠어

식장에 들어갈
관상 아닌데

스티브가?

정말인가, 스티브?

네, 어머님

결혼했던 적 있고?

- 네, 있습니다
- 그건...

한번 넘게?

세 번입니다
이번 말고 세 번이요

그럼 아주
빠삭하겠구만

뭐... 그렇죠

딱 보니까
척 나오더라구

그냥 얼핏 봐도
갔다 왔다고 써있잖아

스티브한테 옛날 요새
보여주러 갔었는데

- 다 헐렸더라
- 벌써 몇 년 됐어

- 너무 슬펐어
- 어디?

'카우보이와 인디언'
놀이하던 데요

- 쥐 꼬인다고...
- 캐런, 창피한 줄 알아!

카우보이와
인디언이라니?

카우보이와
원주민이래야지

그치, 바바라?

뭐 먹은 거야?

무슨 약인데?

귀찮게도 군다

왜... 왜 그래?

- 뭔데 그래?
- 아버지?

괜찮으세요, 이모부?

아주...

왕건이 두려움을
씹었어!

두려움이란 게
맛은 없네

자꾸 먹다 보면
먹을 만해져요

가슴이 벌렁 벌렁대!

가끔 치즈버거
몰래 먹던데요

뭐? 무슨!

더블치즈버거니
두려움도 두 배지

거짓말 마!

거짓말을 왜 해!

내가 울 엄마한테
거짓말한댔으면

내 목을 댕강
쳤을거다

유언장 있는 건
너희도 알 거야

- 엄마
- 전에 그걸 좀 손봤다

그 얘긴 하기 싫어

나는 하고 싶어
내가 하고 싶다는데 뭐?

그건 안중에도 없니?

믿기진 않지만
아버지가 투자를 잘해서

너희들한테 돈을 좀
물려주기로 했는데

나중에 의논한 끝에
생각을 바꿔서

전부 나한테
남기기로 했다

법적인 부분은...

미처 손을 못 썼지만
알아둬라

돈을 다 나한테
주려 하셨어

알겠니?

알았어

알겠니?

알았어

캐런도 알겠니?

- 응, 알았어
- 됐다

가구나 뭐 그런 건
가져가도 돼

난 됐어
아무짝에 쓸모없거든

봐서 경매에
부치든가

그래, 경매도 좋겠네

개중에
은식기류 같은 건

제법 돈이 되니까

근데 너희한테
팔 생각도 있어

경매보다 싸게 쳐서

경매 안 부친 건

엄마 죽은 다음
공짜로 가질게

바바라 언니

그래도 되고

빌, 궁금한 게...

낭독한 시 있죠

어떤 기준으로 시를
선정한 건가요?

- 그게...
- 빌

지금 어디 살지?

음식 나르는 탁자
필요해?

- 무슨 말씀이신지...?
- 바바라하곤 별거 중이지?

어... 아님 벌써
갈라섰나?

아뇨, 그냥
별거 중입니다

날 슬쩍
속여넘기려 했지?

아무도 내 눈은
못 속인다

다 훤히 보여

속은 줄 알았겠지?

- 왜 그러는데?
- 사이가 안 좋다니 안됐네

잘 풀어보려무나

우리도 두어 번
별거했는걸 뭐

- 별거란 말은 안 썼지만
- 그럼 도와줘

우리도 알콩달콩
엄마처럼 살아보게

톡 까놓고 젊은 여자하곤
게임이 안돼

인생 참
더럽고 치사하지

- 젊은 여자 문젠가?
- 일일이 대꾸 마

- 네, 젊은 여자예요
- 자, 봤지?

그럼 해보나 마나야

나이 들수록 더
매력 있어지는데

나도 엄마 생각에 반...

아니, 매력은 얼어 죽을...
추악해진 대두!

왈가왈부할
문제도 아냐

너도 몸소 증명하기
시작했구만 뭐

오늘따라 좀 다르네요
처형

날이 날이니만큼
그렇죠

내가 어땠으면
좋겠는데요?

이해가 안 가는 게
왜 그리 날이 서있죠?

진실을
말한 거뿐인데

진실을 외면하려는
부류도 있긴 해

다들 처형을
사랑해요

날 망신 주려고
작정했나?

어림 반푼어치도
없지!

사흘전에
아버지 시체 확인했는데

지금 여기 앉아서
듣는 게 고작

가족들 못 잡아먹어서
안달하는 소리야?

가족들을 잡아먹어?

호강에 겨워 살면서
잡아먹혀 보긴 했고?

잡아먹는 게 뭔지 말해줘
똑똑히!

- 진정해, 엄마
- 진정하란 소리 좀 그만해!

병자 취급하지 마
찌그러져 있으라고?

내가 뒷방 늙은이냐?

- 그만해
- 이 여인이...

날 구해줬어, 우리 엄마의
수많은 남자친구 중 하나가

망치로 날
개 패듯 패려는 걸

이 여인 두개골이
파였다구

그 망치에 맞아서

잡아먹으려
드는 걸 알아?

이 허허벌판에 사는 게
어떤 건지 알아?

고생이 뭔지... 아냐구

엄마 어린 시절
불우했던 거 알아

네가 뭘 안다 그래!

아무도 몰라, 모른다구
여기 이 여인네랑

오늘 땅에 묻은
그 남자만 알지!

어여쁜 내 딸...

어여쁜 바바라...

네가 아파하면
내 가슴은 찢어져

내가 방패막이가
돼주고 싶지만

혹시라도 네가
섣부르게

저 남자의 고통을
다 안다고 하면

큰 코 다칠 소리지

아버지 네 살 때부터 열 살까지
어디 살았게?

알아?

- 알아?
- 아니

- 아니
- 자동차 안이었어

부모들하고
차 속에 처박혀

6년을 살아냈다구!

헌데 네가 불우한
어린 시절을 안다고?

같잖아서!

우리가 제 발등 찧었지
앞만 보고 달려서

이만큼 이루는 동안
애들 위해 죄다 희생한 거

우리가 이 집안에선 유일하게
고등학교도 나왔고

아버진 상까지 받는
시인이 됐지

너희들은 그냥...

대학교육까지
받으면서

고마운 줄도
몰랐잖아

근데 어쩌고 있니?

뭐하고 살아?

뭐하고 사는데?

너 뭐냐구!

우리만큼 열심히 일했으면
대통령도 됐겠다

등 따시고 배부르니
괜한 고민을 사서 하지

왜 소린 지르는데?

입바른 소리
할 때도 됐으니까

묻어둔 말 하기
좋은 날이지

묻어두려다
말하는데...

배가 엄청 부르네

아멘

후식도 있어요

파이를 구웠는데

정말 먹음직스러워

저 밝힐게 있어요

들어보자

- 뭔데 그래?
- 하지 마

밝... 밝힐게 있어요

리틀 찰스

- 전...
- 이렇겐 아니잖아

사... 사실...

알람 맞추는 걸
깜빡했어요

배터리가 나간 게 아니라
맞춰놓질 않았어요

미안해, 엄마

모두에게... 죄송해요

잠시 실례 좀...

기발하구나

난 진작에 포기했어

리틀 찰스는
당신이 알아서 해

찰스예요

그냥 찰스라구요

딱하기도 하지

- 딱해서 어째!
- 제발, 엄마

- 가엾은 것...
- 하지 마

얜 모자란 애만 보면
가슴 아파해

비아냥거리지 좀 마

내가 언제...

내가 괜히 비아냥댄다고
여기는 거 같더라

제발... 엄마

- 난 사실을 말하는 거야
- 약물중독 탓이지

맞아
말 한번 잘했네

다들 잘 들어

난 약물중독자야

난 약을 사랑해
특히 알약

특히 진정제,
이 파란 애들 보이지?

얘들이 내 절친인데
절대 날 실망 안 시켜

얘들
빼앗아가기만 해

가만 안 놔둬

망할 놈의 약 내놔!

맙소사!

당장 그 약 내놔!

바바라, 그만해!

- 제발!
- 내놔!

그만들 하지

작작 좀 해!

망할 놈의 기집애!

좋다구요

알약 습격!

기억나요?
어떻게 하는지?

샅샅이 뒤져요

옷장 하나하나,
서랍 하나하나

- 신발장 하나하나
- 내 집에서 무슨 짓이야!

- 캐런, 의사선생님 불러
- 알았어

무슨 짓이야
내 집에서!

이건 내 집이라구!

감 못 잡았구나!

모르나 본데

이젠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돼!

왜 처방을
그렇게 많이 해줬을까?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한테 받은 거지

또 이러는 거
알고 있었니?

언니랑 형부 일은
안됐다

그러게, 언니

잠깐 그러는 거야
아님...?

누가 알겠니?

오래 살긴 했지

이제 어쩌지?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에

진통제까지
과다 복용한 터라

- 네
- 더 검사를 안 받는 선에서

MRI나 CT를
안 찍곤

경도인지 장애로
보입니다

경도인지 장애요?

뇌손상이죠

장기요양 기관에 모시는 건
좀 걸리더라도

좀 더 관리를 철저히
해드려야 할거 같습니다

그럼 어디로
보낼까요?

정신병원?

부군도 안 계시니...

네, 안 계시는 게 아니라
죽은 거지만 알겠어요

따님들이 보호자이고 하니
제 추천으로...

그럼 우리 셋이
작당해서

엄마를 헌신짝처럼 버리면
당신 고소 안 할까 봐?

뭐라셨죠?

경도인지 장애?
장난하시나?

알겠습니다

누구 이름이 써있죠?

- 언니...
- 아세요?

어머닌
중증 환자세요

댁 이름 적힌 약병이
한 바가지나 되니

의학위원회에
증거로 내죠

그만 가자
다했나 봐

차... 차 좀 세워봐

집에 다 왔어

차 좀 세워봐

토할 거 같아

엄마?

엄마!

어디 가?

엄마!

엄마, 거기 서봐!

엄마!

뭐 하는 거야?

대체 어딜 가게?

갈 데도 없는데...

갈 데가 어딨다고...

엄마

미안해

- 이러지 마라
- 아니, 꼭 말해야겠어

저녁 먹을 때
내가 너무 심했어

바바라

그땐 장례식에다...

약 기운에...

건들기만 해봐라였는데
네가 걸린 거야

그럼...

휴전이야?

휴전, 그러지 뭐

이제 어쩔래?

뭘 어쩌는데?

재활원에 다시
들어가야 하지 않아?

아니, 난...

다신 그거 못 견딘다

혼자 할 수 있어

너...

내 약 다 가져갔지?

- 찾을 수 있는 것만
- 숨긴 데야 뻔하지

- 엄마, 제발...
- 몸도 뒤져볼래?

아니

약이 없으니까
괜찮을 거다

그래도 며칠은
지나야

몸을 좀 추... 추스르지

엄만 혼자가 아냐
도움 필요하면 말해

도움 필요 없어

- 돕고 싶어
- 네 도움 필요 없어

- 엄마
- 네 도움 필요 없대두

언젠 뭐 네가...

어떻게 될지 훤해

말은
번지르르하게 해도

다들 저 살기 바빠
떠나겠지

그럴게 뻔하니...

내 걱정은 마
내가 알아서 잘살거다

정신병원 갈 때
엄마가 한 쇼 기억나?

일장연설했잖아

가족 위해
약 끊으러 간다고

그때랑 달라
이번엔 끊을 거야

약을 몰래
갖고 들어가느라

질 속에 숨겼어

억척 아줌만 달라

감동의 연설 하면서

약병을 음부에
끼고 있었던 거지

나 이 얘긴 처음 들어

방금 '음부'랬어?

'엄마의 거시기'랄 순
없잖아

'음부'도 그리
고상하진 않지

그럼 엄마의 질을
뭐랄까?

- 나야 모르지
- '엄마의 아래'?

- '모친의 중요부위'?
- 못 살아

언니!

그래도
엄마 아빠한텐

경의를 표해야 돼

그렇게 같이
오래 살다니

캐런,
아버지 자살했어

확실한 건 아니잖아

너, 리틀 찰스랑
뭐 있니?

왠지 말하기 좀
껄끄러워

- 사촌이니까
- 그러지 마

애도 기형아 나온대

어차피 애 못 낳아
작년에 자궁 들어냈거든

- 왜?
- 자궁경부암이었어

- 나 몰랐는데
- 나도 그래

찰스 말곤 말 안 했어

그러다 시작된 거고

- 왜 안 했어?
- 평생 엄마 잔소리 듣게?

안 그래도
하자 있는 애 취급인데

우리한텐 말하지

- 형부 일 말 안 했잖아
- 그건 다르지

왜?

내가 아니라 언니라?

이혼은 패배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거지만

암은 쪽팔릴게 없잖아
우린 자매잖니

남처럼 지낸지
오래라

난 두 언니 다
친하게 느끼는데

안 보고 살잖아
넌 여기 오지도 않고

그래도 끈끈한
뭔가는 있지

가족이네 자매네
유난 못 떨겠어

그냥 사람이야
어쩌다 유전적으로 연결돼

세포만 공유했을 뿐

왜 그렇게 삐딱해?

언니가 할 소린
아니지

욱하지만 인정해
근데 세포만 공유했다고?

현실이 삐딱하게
만들었나 보지

부모님을 나 혼자
떠맡다시피 했으니

그건 아니지
나도 동참했어

두 손 들고 떠났잖아
언니도 캐런도

그렇단 얘기니까
하던 대로 해

- 둘 다 그래왔잖아
- 너 이런 거 내 잘못 아냐

맞아, 그러니
자매가 어떻고 하지 말라구

난 두 사람보단
홀가분하게 떠날 거야

세상을 왜 그렇게
암울하게만 볼까

플로리다 살면 몰라

떠날 생각이니?

응

찰스랑 뉴욕 갈 거야

뉴욕엔 가서
뭐 할 건데?

생각해둔 게 있어

- 어떤?
- 신경 끄셔

- 엄마는?
- 엄마가 뭐?

- 두고 가는 게 맘 편해?
- 언닌?

- 넌 돌아갈 거지?
- 응, 뭐... 그래야지

그럼 얘긴 끝났네

엄마는 어쩌냐고?
캐런하고 난 떠나

남고 싶으면

맘대로 하는데
나한테 손가락질은 마

자격들 없어

우리 딸 셋이...

다 모여있구나

너희 목소릴 들으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목욕했어?

응

- 먹을 거나 커피...?
- 아니

괜찮다, 고마워

이 집은 웨스턴 딸들 비밀을
많이도 들었겠구나

생각만 해도
얼굴이 다 화끈대네

얼굴 화끈댈게
뭐 있니

몰래 한 사랑,
몰래 꾸민 계획

그보다 더 은밀하고
달콤쌉싸름한 게 어딨다고

너희들 다
그러면서 큰 걸 뭐

나이야 얼마를 먹든

여자라면 누구나...

그런 꿈을 꾸며 살지

냄새가 참 좋구나

사과향인데 바를래?

어디 줘봐

얘들아
내가 말했던가?

레이몬드 얘기?

엄마가 열세 살쯤
좋아했던 남자애야

불량스럽게 생겨선

낡은 청바지 차림에

머린 헝클어져
있었어

심한 합죽이였고

근데 걔한텐 너무나 멋진
카우보이 부츠가 있었어

빛나는
초콜릿색 가죽

그 부츠 갖고
어찌나 뻐기던지

으스대며 걷는 거야

팔이며 팔꿈치를
뻗쳐 들곤 우쭐대면서

그때 확 느낌이 왔어

그 부츠 여성용을
장만해야겠다고

왜냐면...

그게 있으면 나한테
사귀자고 할거 같았거든

그 부츠를
신고 있으면

이러겠지
'딱 내 짝인걸!'

아이구 정말...

그래

그러다
그 부츠를 찾았어

시내에
진열돼있더라

그게 갖고 싶어
미치겠어서

기도까지 해가며

그 부츠 신고
레이몬드를 만나면

무슨 얘길 할지
연습도 했지

엄마한테 백 번도 넘게
부츠 타령을 했네

'크리스마스 날
뭐 갖고 싶니?'

'엄마, 다 필요 없고
그 부츠만 사줘'

협상을 한 거지

어떤 게 그 선물상자인지
슬쩍 귀띔해주시더라

나무 아래 있었어

엄마가 포장한 게

딱 부츠 상자만 하고

진짜 좋은
포장지로 싸있었어

'반칙하면 안 된다'

'크리스마스 아침까진
몰래 뜯어보면 안돼'

웃으며 말하셨지

크리스마스 날 아침,
총알처럼 튀어가

나무 아래에서
그 포장지를 뜯었어

그게...

부츠가 들긴 했어

남성용 작업부츠

발가락 쪽은 뚫어지고
끈은... 너덜대고

진흙투성이에...

진흙투성이에
개똥까지 묻은

아이구야

엄마가 며칠을 두고
웃더라구

설마 그게
끝은 아니겠지

아냐, 그게...

그... 그게 끝이야

그럼 부츠 안 샀어?

안 샀어

우리 엄마는 못되고
고약한 노친네였지

아무래도 내가 엄마를...
닮았나 봐

엄만 고약하고
못되지 않았어

우리가 얼마나
사랑하는데

여긴 안전해?

아슬아슬해

뭐 보고 있어?

텔레비전

같이 봐도 돼?

그래 주면 좋지

나한테 화났어?

아니

용기를 내보려 했어

- 알아
- 그냥...

늘 원하던걸 얻었다고
알리고 싶었는데

그 얘긴...

- 나 루저 아닌 거니까
- 무슨 소리야!

자긴 내 영웅인 걸

이리 와봐

자기 위해 써봤어

앉아봐

어디 보자...

난 말수가 적은
남자였지♪

처음 듣는 달달한 말
할 줄도 모르는♪

허나 사랑노래 불러주리
이 목숨 다하는 날까지♪

이내 느낌
묻어둘 수가 없네♪

달콤한 세레나데 불러주리
그대 울적할 때면♪

자장가도 들려주리
매일 밤 그대 잠들기 전에♪

이내 노래를 바치리
그대 삶이 다 하는 날까지♪

가수 선생

그만 정신 챙기시지

가서 개밥 줘야지
커튼 뜯어먹겠다

별일 없을 거야

여보, 또 쟤가
TV 켰어

이러다 진짜
바보 될라

- 말도 안돼요
- 전에 뭐 보다 걸렸지?

- 까... 까먹었어
- 기억나면서 그러네

마누라 바꾸는 얘기하던
삼류 토크쇼였잖아

- 기억 안 나
- 기억 안 나긴

TV 보면 어디서
돈이 나오데?

- 여보, 그만해
- 신발가게에서도 잘렸대

여보...

그만 차에 타
집에 가게

한 번만 더 막말로
애 상처 주면

고속도로에
던지고 가는 수가 있어

- 뭐가 어째?
- 너희들은 나가있어라

왜 앨 못 잡아먹어
안달이야!

당신이나
당신 언니나

대체 왜 그런 식으로
말을 하나 모르겠어

서로 살갑게 대해주면
좀 좋으냐구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어

우리 가족들은
안 그랬어

그러니 다들...

우리 집안 얘기
한 마디만 했단 봐!

너무도 사랑한 사람을
땅에 묻었어

무슨 잘못을
얼마나 했든

착하고 자상하고
진국인 사람이었어

근데 당신은 아들을
쥐 잡듯 잡다니

하루도 채 안 지났는데,
그건 고인한테 못할 짓이잖아

당신하고
38년을 살았어

그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소중해

하지만 지금처럼
눈곱만큼도

아들 위하는
맘이 없다면

39년까진
못 갈 줄 알아!

- 엿들은 게 아니라...
- 별걸 다...

혹시 담배 있니?

아니

끊은지 몇 년 됐어

나도 그래
아주 잘했구나

저녁 먹을 때...

그 와중에도 어딘지...

아이비랑 리틀 찰스랑
심상칠 않더라

그게 사실이니?

- 나도 잘...
- 그냥...

사실이냐구

응, 사실이야

그렇구나

그건 안 된다

쉽진 않을 거 알아

아이비나 리틀 찰스나
어디로 튈지 몰라서

- 이모가 많이 힘들겠지
- 바바라

둘이 사랑해
진심이더라

사촌끼리 그러는 거
좀 그렇지만...

사촌 아니야

뭐라고?

리틀 찰스,
사촌 아니고 동생이야

네 친동생

이복동생이지

네 아버지 아이

아이비하고
친남매야

알아듣겠어?

나가 있어

- 그냥...
- 빨리 나가, 나가라구!

알았어
알았다구

이모랑 아버지?

누가 아는데?

나도 알고 너도 알지

이모부는 의심 안 해?

- 얘기한 적 없어
- 뭐?!

얘기한 적 없다구

아버지도 아셨어?

그래

- 부끄러운 일이지
- 알긴 알아?

다들 참 기가 막히네

- 취했어? 어쩌다...
- 안 취했었다

이해가 안 되겠지
네가 보기엔

그저 늙고 뚱뚱한
이모일 뿐이니

근데 나도 사람이다

머리도 가슴도 있는...

리틀 찰스가 왜 그리
실망스러운지

어쩌면 걔가...

나도 잘 모르겠어

누구보다 그앨 아껴서
실망이 큰가 봐

오래전에 했던
실수야

알겠니?

그 벌도 받았고

더 이상...
실수해선 안돼

아이비가 알면
감당 못해

절대 말할 일 없어

두 사람 막을 방법을
찾아봐

마무리 좀 부탁한다

숨 참아

내쉬지 말고

어때, 죽이지?

- 아니, 괜찮아요
- 쓰러지는 거 아니지?

가슴이 참 근사한데

진짜로 완전 세네요

보여줄래?

안 볼게

안 보면 의미 없잖아

알았어, 알았어
볼게

이러다 큰일 나요

난 서른 넘은 백인이라
큰일 날게 없어

암튼 그만하세요
그만요

- 뭐야?
- 난 몰라!

- 어떡해!
- 빌어먹을!

- 옘병!
- 그만해요!

그만!

그만해요!

세상에...
대체 왜 그래요?!

스티브? 스티브!

무슨 일이야?

진한테 추근댔어요

자기야, 괜찮아?

- 피나!
- 여기서 뭐해?

- 몰라
- 의사 부를까?

- 모르겠어요
- 괜찮니?

- 응, 괜찮아
- 무슨 일이에요?

진한테 추근대서
그랬어요

추근대다뇨?

키스하고
껴안았어요

죽여버릴 거야!
쟤 몇 살인지 알아?

- 아무 짓 안 했어요!
- 데리고 들어가!

- 열네 살이야!
- 아무 짓 안 했어요!

- 제정신이야?!
- 언니, 그만해!

- 열다섯이랬어
- 완전 싸이코야!

제발 생난리 좀
안 칠 수 없어?

- 처음부터 다 얘기해봐
- 왜 일어난 건데?

무슨 일인지
알아야 해

아무 일도 없었어
아무 일도!

무슨 큰일 생긴 거처럼
유난 좀 떨지 마

그냥 내려와서

대마초 좀 피웠어

조금 피우곤...

있다 보니까
일이 이상하게 된 거야

- 또 피웠다고?
- 괜히 삽으로 쳐?

- 아무 일 없었대두!
- 어쨌는지 말해

아무 짓도 안 했어!
뭐가 문젠데?

문젠 네가
열네 살이란 거야!

아빠랑 사귄 애들보다
겨우 몇 살 어리지

I hate you!

이게 무슨 짓이야?!

진!

진?

잔소리는 사양할게

- 어딨어?
- 차에, 갈 거야

플로리다로
오늘 밤 당장!

나랑 스티브랑 같이

아쉽단 말이라도
하려고?

- 너 지금 이게...
- 진한테 물어봐서

상황을 확인하고
욕을 해야지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거야

걔한테
뭐라는 건 아냐

일방적으로 나쁘다고
욕 하진 말란 거지

내 말은...

그이만 죽일 놈 만들지
말란 거야!

칼로 무 자르듯 살아지나!
살다 보면 그런 거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고

우리 다 그렇잖아
언니만 빼곤!

- 캐런...
- 나 천사표 아냐

떳떳하지 못한 짓도
했었고

언닌 상상도 못할 짓

그런 짓을 또
해야 할 수도 있겠지

왜냐면...

살다 보면 코너로
몰리기도 하니까

암튼 그 성질머리부터
죽인 다음에

우리한테 일장연설을
하든가 해

1월이면
나 벨리즈에 있을 거야

근사하지 않아?

아침에 진 데리고
콜로라도로 돌아갈게

나한텐 절대
안 돌아올 거지?

절대란 건 없어

안 올 거잖아

난 그 이유를
절대 모를 테고

모르겠지

형부랑 진은 어디 가?

캐런도 갔어?

응

엄마는 멀쩡해?

- 멀쩡한 편이야
- 편?

편이 싫으면
멀쩡한 축으로 하자

- 멀쩡해, 안 해?
- 그만해

떨려서 그래

설마, 오늘은 안돼

말은 해야지
내일 뉴욕 갈 건데

너랑 찰스랑
가는 건 더 좀 그래

- 그건 또 왜?
- 널린 게 남자야

친인척인 남자 하나만
빼고 고르라구

- 그 친인척을 사랑해
- 사랑 좋아하네

개나 물어가라 그래

하루아침에 변하는 게
사랑이야

맛있겠네, 뭐예요?

- 메기요
- 밑바닥 인생, 맘에 드네

오십 다 돼서 뉴욕 갔다간
생고생만 해

자...

- 메기나 먹어
- 사람 긁는덴 뭐 있어

사촌하고
놀아난 주제에!

여기서 썩어가면서

누가 내 삶에
들어오겠나 싶었어

괜히 신파극
쓰진 말자

비극의 여주인공 표정 지우고
메기나 먹어

- 안녕, 엄마
- 안녕하겠냐?

점심은 메기야, 조나!
배고파?

아이비, 나처럼
좀 웃으렴

- 엄마 점심 좀 주세요
- 네

나 배 안 고파

어제오늘
계속 굶었잖아

배 안 고프 대두

먹어
시키는 대로 해

다들 시키는 대로 해

왜 둘 다 옷을
제대로 안 입어?

벗고 있는 건
아니잖니

옷 입었잖아
정장이라도 빼입어?

밥 먹으러 와준 게
황송해서?

- 전 방에서 먹죠
- 네, 고마워요

그래

- 먹어
- 싫어

먹어, 엄마? 먹어

싫어!

- 제발 좀 먹어, 먹어보라구
- 너나 처먹어

그래 봤자 안 먹히니까
먹기나 해

- 엄마, 할 말 있어
- 하지 마

- 언니?
- 하지 마, 닥쳐, 입 닥치라구

- 제발!
- 무슨 얘긴데?

- 엄마...
- 상관 말고 먹기나 해

- 배 안 고프다니까
- 먹으라구, 이 할망구야!

바바라!

좋아, 됐으니까
멋대로 해

나 할 말 있어

- 쟤 레즈비언이래
- 언니!

- 그럴 리가 있니
- 그럴 리가 없지

그럴 리가 있어
생선 먹었어?

- 언니...
- 입 좀 다물어라

엄마, 중요한 얘기야

생선 먹어, 생선 먹어
생선 먹어, 생선 먹어...

무슨 짓이야?!

- 할 말 있다구
- 너 지금 뭐 깼냐?

난 못 깰까 봐?

- 봐, 너만 깨는 거 아냐
- 찰스랑 나...

어디서 깨고
지랄이야!

- 찰스랑 나...
- 조나, 좀 치워줘요!

언니, 그만 좀 해!

엄마

찰스랑 나...

- 리틀 찰스지
- 언니

리틀 찰스라고 안 하면
이모부랑 헷갈려

리틀 찰스랑 나...

리틀 찰스랑 난...

리틀 찰스랑 넌
남매 간이지

나도 안다

뭐... 뭐?
그게 아니라

- 리틀 찰스랑 난...
- 원래 알고 있었어

내 눈은 못 속인다고
했잖니

- 엄마...
- 듣지 마

네 아버지랑 이모랑
그러는 내내 알고 있었어

이모부도 알아야 했는데
대마초에 빠져...

- 약에 취했어
- 뭔 놈의 약!

네 아버진 그 일로
삼십 년 넘게 자학했지만

자책한단 핑계로
똥폼 잡고 살았지

엄마...

그게 무슨 소리야?

너희도 알 건 알아야지
나이도 찼으니

갑자기 콩팥이
필요할지 혹 아니

대체 그 얘길
왜 하는데?

야, 네가 뭔 상관이니?

- 다 괴물이야
- 쟤가 또 왜 저래!

괴물이야!

상처받은 건 난데
왜 그래?

아이비, 잠깐만...

다신 나 볼 생각 마

나도 이모한테 듣고 놀랐어
널 위해 그런 거야

- 암튼 우린 떠날 거야
- 난 잘못 없어

엄마가 말했지
내가 아니라구!

그게 그거야

아이비!

아이비, 가지 마!

아이비!

리틀 찰스하고 가게 둬선
안 된다, 그건...

옳지 않아

돌아올 거야

착해빠진 그앨
너무도 사랑하지만...

애가 좀 물러터졌어

너하곤 다르지

나하고도

아버지랑 이모 사이
알고 있었어?

아, 그럼, 알다마다

헌데 아는 척은
안 했어

아버지도 내가 아는 걸
아셨지만

그 얘긴 한 적 없다

그... 그 덕에
꽉 잡고 살았지

헌데 마지막에
기회가 있었다면 난...

난 말했을 거야

'리틀 찰스 일로
이러진 않겠지'

'내가 다 안단 거 알면서
새삼스럽잖아'

모텔로 연락만 됐어도
말했어

그놈의 케케묵은 일로
궁상 좀 작작 떨라고

무슨 모텔?

월요일에
전화했었어

금고에 갔다 와서,
헌데 한발 늦은 게 벌써...

떠났더라구

어딨는진
어떻게 알고?

쪽지!

컨트리 스콰이어 모텔로
전화하라고

쪽지를 남겼어?

그래서 월요일에
걸었대두

금고의 돈부터 챙기곤
전화한 거네

얘기가 돼있던 거야

네가 이해해야 될게

네 아버지나 나처럼

돈 한 푼 없이
자라온 사람은...

우리 세대한텐
돈은 거의 목숨줄이야

어떻게든
아버질 막아서

자살 못하게 했다면

금고에 손댈 필요도
없었겠지

그런 생각할 줄 알면
사람이 아니게?

쪽지에 자살하겠다고
써있었어?

엄마?

내가 그렇게...
똑 부러지면

그렇게 안 했겠지만...

나는...

너희 아버지랑 나,
둘 다...

둘 다 개판이었지

아주 개판이었어

지금도 개판이고

모르면 좀
가만있어라

저 잘난 맛에 사느라
부모 공도 모르면서!

그 사람이 자살한 덴
네 탓도 있어

꿈에라도 그런 짓을
할 사람 같데?

네가 여깄었다면?
아니지!

그 사람하고 나만...

이 캄캄한 집에
외롭게 버려진 채

죽을 날만 기다렸어
너희한테 짐 안 되려고

그래, 비난하는 건
좋다 이거야

하지만 알아둬

그 사람 그렇게 된 데엔
네 역할도 컸어

헌데 그 사람 선택이야
우리가 죽인 게 아니라구

이보다 더
잔인한 짓이 있을까!

나한테 화살을 돌리다니,
대체 왜?

내가 무너져서
발광하는 꼴 보게?

그래도 난 기다렸다
금고 안 열고 기다렸어

뒀다 열려고

누가 더 질긴지
보고 싶은 거야, 당신?

나보다 질긴 일간 없다
하나도 남김없이

몽땅 다
사라져버려도

난 여깄을테니!

누가 더 질긴 거야
이 나쁜 놈아?!

엄마 말이 맞아

엄마는 참 강해

그럼

저기...

바바라?

오, 바바라!

바바라!

바바라, 제발...

바바라?

바바라!

바바라?

아이비?

아이비, 너 여깄니?

여보?

여보!

조나?

조나!

조나?

조나!

조나?

조나...

참, 당신 갔구나... 여보

당신 갔어...

메릴 스트립

줄리아 로버츠

이완 맥그리거

크리스 쿠퍼

애비게일 브레슬린

베네딕트 컴버배치

줄리엣 루이스

마고 마틴데일

더모트 멀로니

줄리앤 니콜슨

샘 쉐퍼드

미스티 업햄

감독/존 웰스